작고 똑똑한 심리책, 한윤진

2024. 11. 29. 15:43문장 수집

어린 시절에 형성된 취향과 지금 우리가 세운 목표가 자꾸만 서로 부딪친다면 우리는 폭식뿐만 아니라 약물 복용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려 할 수도 있고, 신체적인 고통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목표를 세울 때는 어느 정도는 정서적 측면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선택권이 없다면 적어도 만족하지도 못할 목표에 지나칠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심리학자 리프 반 보벤Leaf van Boven과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는 물질적인 재화(옷, 귀금속, 아름다운 가구)와 잊을 수 없는 경험(여행, 콘서트, 근사한 레스토랑 방문) 중 무엇이 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경험에 돈을 지출한 경우는 대부분이 입장료와 여행 비용이었고, 재화를 구매했을 때는 주로 보석, 의류, 첨단 장비를 샀다. 응답자의 대다수가 경험에 돈을 쓸 때(57퍼센트) 물건을 살 때(34퍼센트)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저소득층에서는 이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뭔가를 샀을 때보다 경험에 돈을 썼을 때 당시의 기억을 더 자주 떠올린다는 것을 알아냈다. 왜 값비싼 물건을 구매할 때보다 경험에 돈을 쓸 때 더 행복해지는 걸까?

경험이란 나 자신의 일부이므로 정체성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단순히 물건을 소유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면 그 경험들이 자신의 일부로 남아 각자만의 고유한 과거가 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그 경험에 직접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그 추억을 전하는 과정에서 함께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물질적인 소유는 우리를 타인과 이어주지 않는다. 단순히 그러한 화제로는 그리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누기 힘들다.

타인을 위해 소비한 사람이 자신을 위해 돈을 쓴 사람보다 훨씬 행복한 감정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은 여러 다양한 문화권별로 시행되었다. 그중에서도 우간다, 캐나다, 인도의 결과는 동일했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선물한 경험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꼈다.

타인에게 선물할 때 느끼는 행복이 자신을 위한 물건을 살 때보다 더 크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감정은 가난한 나라든 부자 나라든 상관이 없으며, 문화권별 차이와도 무관하다.

연구팀은 14~86세의 실험 참가자들 400명에게 매일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그날의 기분을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당시의 기분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더 나은 또는 더 나쁜 방향으로 변화시킬 의향이 있는지 대답했다. 예상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키려는 의지는 유독 청년층에게서 두드러졌다. 반면 노인층은 말할 것도 없이 항상 긍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최대한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피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리디거와 연구진에 따르면 노인은 청년에 비해 삶의 유한함을 제대로 깨닫고 있었다. 그러므로 노인은 자신의 남은 인생을 가능한 한 아름다운 경험과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우려는 동기가 강하게 나타났다.

부정적인 감정이 그리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확실히 정서적 단련에는 도움이 된다.

자기계발서의 저자들이 우리의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는 비법이라고 알려주는 내용들 중에는 다소 과학적인 근거가 불충분한 것들이 있다. 워털루대학교와 뉴브런즈윅대학교의 연구팀은 이러한 ‘자기 가치 확인self affirmation’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오히려 자신에게 해로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자기 가치가 낮은 사람이 긍정적인 내용의 혼잣말을 하면 강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전보다 기분이 더 나빠졌던 것이다!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고 자신에 대한 생각이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 자기 가치가 높은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고 자존감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긴 했지만 그 변화는 미미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 중 하나는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야”라는 말이 자기 가치가 낮은 사람에게 그에 대한 근거를 찾으라는 압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렇지 않은 이유들만 떠오른다면 기분은 수직으로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다소 확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모든 것을 포괄하는 두루뭉술한 말보다는 ‘적당히’ 긍정적인 메시지를 고수하라. 이를테면 “나는 관대한 사람이야”라는 말보다는 “난 멋진 선물을 고를 줄 아는 사람이지”라는 말이 더 좋다.

싱가포르처럼 부유하지만 자유가 비교적 제한적인 나라의 국민과, 그리스처럼 보다 자유롭지만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나라의 국민 중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그러므로 무한한 기회와 자유가 보장된 곳이 모두 낙원은 아니다. 행복한 삶에는 ‘적당한’ 돈과 자유가 필요하다. 무엇이든지 언제나 과유불급임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각 나라의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의 척도를 분석한 그들은 개인의 자율성이 사회의 번영보다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얼마나 부유한지와는 별개로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사회가 훨씬 낫다는 것이다.

행복은 음식과 비슷하다. 어떻게든 먹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듯이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행복하다는 감정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거나, 해로운 음식을 먹거나, 적절하지 못한 시간에 먹으면 건강을 해치듯이 행복이라는 감정도 무조건 유익하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무작정 행복을 좇으면 오직 자신만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사회 참여도 줄어들고 결국 늘어나는 것은 외로움뿐이다. 그저 행복하고 싶었던 확고한 소망이 고립과 소외로 끝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역설적이게도 긍정적, 부정적 감정 전부가 인생의 일환임을 겸허히 수용한 사람이 애써 불편한 감정을 피하려는 사람보다 자신의 삶에 훨씬 만족했다. 또한 지금 이 순간 관심 분야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항상 손에 잡히지 않는 행복을 좇으려 애쓰는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했다. 행복하고 싶은가? 집착을 버릴수록 우리는 행복해진다.

즉 젊은이와 노인 사이에 나타나는 정서적 안정의 차이는 일정 부분 두 연령대의 생활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이가 든다고 무조건 차분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연구는 노인이 젊은이보다 자신의 감정을 더 잘 관리한다는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일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연령별로 생활환경에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노인들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사건을 마주하는 일이 적었다.

연구진은 부모가 자녀를 돌볼 때와 자녀 없이 활동할 때 중 언제 더 행복한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자녀가 없는 자유로운 순간보다는 평범한 일상이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인생을 불평하는 친구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는 순간 우리도 이 세상을 더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반면 친구가 기분이 좋으면 우리도 그 덕을 톡톡히 본다. 친구의 행복한 상태 메시지는 읽은 사람에게도 그 행복을 전염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된 효과는 매우 미미했다. 연구진의 설정 조작을 통해 다소 덜 부정적인 상태 메시지에 노출된 후 평소보다 긍정적인 표현을 활용한 페이스북 유저들의 변화치는 고작 0.5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친구의 상태 메시지를 보고 내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지기를 기대한다거나 페이스북에 쓰인 부정적인 소식에 나까지 심한 우울증에 빠질까 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애플 로고에 노출된 참가자들이 IBM 로고에 노출된 참가자들에 비해 종이 클립에 적힌 물건들의 활용법을 고안하는 창의성 과제에서 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들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브랜드 로고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았다. 로고를 인식하면서 해당 브랜드의 특정 성향을 연관시킨 것이다.

당신에게 ‘결심’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뭔가를 바꾸거나 실천하려는 ‘의지’라면, 결심하는 순간 이미 달성한 것이다. 이를테면 당신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정말로 결심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에서 실행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테면 ‘매주 월요일 저녁 7시에 45분 동안 하이드파크에서 조깅을 하겠어’라고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계획하면 결심을 실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장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나중에 구체적인 조건이 들어맞으면 거의 자동적으로 결심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예상대로 짧은 휴식을 취했을 때 기억력이 명확히 향상되었으며, 그 효과는 장기간 지속되었다. 이야기를 들은 후 잠시 휴식을 취한 참가자들은 곧바로 과제를 풀어야 했던 참가자들에 비해 일주일이 흐른 시점에도 더 많은 내용을 기억했다.

하나의 수단이 여러 가지 목적을 추구할수록 그 목적의 힘이 감소하는 현상을 설명해준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친구가 많은 사람보다 친한 친구 한 명만 있는 사람의 우정이 더 깊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많으면 각각의 친구 모두와 친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즉 어떤 행위의 목적이 여러 개로 분산될수록 목적의 힘도 분산되어 그 효과가 떨어진다.

정말 중요한 목표가 하나 있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적절해 보이는 방법이 있다면 하나씩에만 집중하자. 예를 들어 기분 전환을 위해 운동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체중 감량까지 하려는 욕심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 애초에 정한 기분 전환이라는 목표마저 흐려지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그 목표를 항상 되새기며 나아가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저 달성하기 힘든 목표라면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분석하며 필요한 노력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붙들고 있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그것을 내려놓고 차라리 새로운 목표로 눈을 돌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도를 넘는 칭찬은 자칫 높은 능력 수준을 암시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런 칭찬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도전적인 과제를 회피하게 된다. 다른 과제마저 그냥 ‘잘’하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해낼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평소에 자신감이 낮았던 아이들은 더더욱 자신을 신뢰하지 못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과장된 칭찬을 자주 하면 해로울 수밖에 없다.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한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그 그림을 ‘유명 화가’에게 평가하게 했다. 화가는 아이들을 전혀 칭찬하지 않거나, 적절한 수준으로 또는 과장된 방식으로 칭찬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에게 다음에 그리고 싶은 그림을 선택하게 했다. 아이들은 난이도가 쉬운/보통/어려운 그림 중 하나를 선택했다. 놀랍게도 평소 자신감이 별로 없던 아이들이 칭찬을 아예 듣지 못하거나 적당히 들었음에도 난이도가 높은 그림을 선택했다. 하지만 자신감이 없는 상태에서 과한 칭찬을 들은 아이는 가장 그리기 쉬운 그림을 선택했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반면 자신감이 높은 아이들은 다음 그림을 선택할 때 칭찬의 정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칭찬을 할 때도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특히 아이를 칭찬하는 부모, 선생님, 어른들은 보다 주의해야 한다.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은 과장된 표현에 오히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려 한다.

동영상을 통해 어린아이들은 25개의 새로운 낱말을 습득해야 했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 중 첫 번째 그룹은 4주 동안 매일 이 영상을 시청했다. 이때 부모는 아이 주변에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동영상을 시청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그룹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동영상을 시청했다. 세 번째 그룹은 둘 다 동영상을 시청하지 않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일상 활동을 통해 25개의 낱말을 연습했다. 네 번째 그룹은 동영상도 시청하지 않고 부모와 별도로 연습하지도 않았다. 실험 결과는 명확했다. 동영상을 시청한 아이들은 혼자 봤든 부모와 봤든 25개의 낱말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했다. 4주간의 강도 높은 ‘동영상 훈련’이 종료된 후에도 새로 배운 25개의 물건을 예전보다 명확히 가리키지 못했다. 이는 아예 동영상을 보지 않은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 중 부모와 함께 일상 활동을 통해 연습한 아이들만이 훨씬 더 많은 낱말을 인식했다.

동물의 왕국에서 붉은색은 특히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비단 동물의 왕국뿐만이 아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지배욕이나 공격성과 같은 전형적인 남성적 특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인위적으로 붉은색의 비율을 높여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한다.

모든 요소가 막상막하인 상대 선수와 마주했을 때는 ‘레드red’가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제품을 보는 순간 내면의 윤리적 감각이 활성화되면서 그것에 우리 행동이 좌우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따라서 윤리적인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 우리는 일종의 ‘양심 신용moral credit’을 쌓은 것이다. 손수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순간 그로써 자신의 윤리적 양심을 충족시켰기에 평소에 그것보다 덜 윤리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